간판을 사진으로 찍고, 그 간판에 담긴 정보를 이용해서 타이핑 한 번 없이 그 업소의 정보를 찾아낸다. 말로만 들으면 정말 간단합니다. “사진 찍고 → 상호명 찾고 → 검색하면 끝.” 처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간판이라는 녀석이 OCR 세계에서는 거의 끝판왕에 가깝다는 겁니다. 낮에는 햇빛이 반사되고, 밤에는 직·간접 조명이 글자를 잡아먹습니다. 조명 때문에 그림자가 생기고 글씨가 찌그러져 보이는 건 일상이고요. 오랜 시간 바람과 태양을 맞아서 색이 다 빠진 간판도 있고, 글자 한두 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간판도 정말 많습니다.

거기에 “우리 가게는 좀 멋있어 보여야지” 하면서 상호명을 예술 작품처럼 디자인해버리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집니다. 사람도 한참 들여다봐야 읽히는데 AI한테는 “자, 이게 글자야. 맞혀봐.” 하는 수준이 됩니다. AI도 속으로 욕할지도 모릅니다. ㅎㅎ

GoPic은 처음부터 한두 나라만을 대상으로 만든 앱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목표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30개국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골목골목의 간판을 찍어본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형태의 간판 때문에 오류가 더 많이 발생할지, 특정 언어나 디자인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지 아직 제가 직접 확인하지 못한 영역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친구에게 GoPic을 소개해주세요”, “지인에게 추천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게 과연 맞을까 고민했습니다. 한참 생각한 끝에 레퍼럴 소개·후원 기능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아직 제가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조금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제품이 더 좋아지는 게 순서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GoPic 3.0.4 Build 132까지 왔습니다. Android는 Build 131로 표시되지만 기능 기준으로는 같은 버전입니다. 이번 버전은 이전보다 디자인도 훨씬 단순해졌습니다. 쓰면서 “이게 왜 여기 있지?” 싶은 것들, 이용하는 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군더더기는 가능한 한 걷어냈습니다. 기능을 하나 더 넣는 것보다 필요 없는 기능 하나를 빼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을 요즘 꽤 실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GoPic을 두고 “퍼펙트합니다”라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 말을 했다가는 아마 다음날 바로 오류 하나가 저를 찾아올 겁니다. ㅎㅎ 다만 이번에는 실제 촬영 테스트를 3개국에서 진행했고, 다양한 환경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 다행입니다.

처음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적어도 내가 만든 제품이라고 말했을 때 부끄럽지는 않은 제품을 만들자.” 빌드를 하나씩 올리면서 기능도 바뀌고, 구조도 바뀌고, 때로는 열심히 만들었던 기능을 통째로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기준점 하나만큼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 정확하게. 더 단순하게. 그리고 실제 여행지에서 정말 도움이 되는 앱으로. 계속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추석도 다가오네요. 동양에서는 추석이나 중추절, 서양에서는 Thanksgiving Day처럼 이름도 시기도 조금씩 다르지만,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올해도 참 쉽지 않고 이런저런 일이 많았던 한 해지만, 그래도 잠시만큼은 걱정 내려놓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좋은 사람들과 편안한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복하고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꾸벅.